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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RY'S Acquaintance/4) 메모

톰소여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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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병률입니다.
“토오오옴~~~!” 오늘도 폴리 이모는 역정을 냅니다. 좀처럼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지 못합니다. 학교 빼먹기는 일도 아닙니다. 씻는 것도 지독하게 싫어합니다. 지지리 말 안 듣는 말썽꾸러기, 그런데 왠지 정이 가고 밉지 않습니다. 이 아이가 톰 소여입니다.
성장소설의 전형이 된 <톰 소여의 모험>은 1876년 발간됐습니다. 책에 나온 모험담은 그보다 30~40년 전 마크 트웨인이 미주리주 한니발에 살 때 들었던 이야기들이라고 합니다. 1830년대면 미국 동부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한창 서부 개척에 나설 때입니다. 마크 트웨인은 이때를 배경으로 가장 미국적인 방식으로 미국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미국인들이 그를 ‘미국 문학의 기둥’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톰 소여의 모험>을 읽다 보면 공감할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에게 야단맞은 뒤 홧김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다던가, 마음에 드는 친구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다른 아이와 친한 척 해본 적이 있다던가, 학교에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려본 적이 있다면 말입니다. 남자아이라면 공감은 더 커집니다. 해적, 나만의 아지트, 보물찾기 등등 <톰 소여의 모험>은 공상 속에 빠져 살아도 마냥 행복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내는 재미가 있지요.
그래도 톰은 좀 별나긴 합니다. 해적이 되겠다며 하퍼, 허크와 함께 잭슨 섬에 숨어들었다 사라져 폴리 이모를 드러눕게 만들고는, 자신들의 장례식 날, 짠하고 나타나구요. 법정에서는 사형이 확실했던 포터의 무고를 밝혀 마을의 영웅이 되기도 하지요. 허크와 함께 공동묘지에 갔다가 인디언 조가 의사 스티븐을 살해하는 장면도 목격합니다. 여기서부터 톰과 인디언 조의 긴 악연이 시작되죠.
그런데 톰뿐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왜 모험을 좋아할까요? 반대로, 어른들은 왜 아이들에 비해 모험을 꺼릴까요? 행동경제학은 이를 ‘더닝크루거 효과’로 설명합니다. 더닝크루거 효과란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무식하면 용감하지만 알면 겁쟁이’가 되는 현상입니다.

1995년 미국 피츠버그에서는 대낮에 한 중년 남성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은행을 털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레몬주스를 뿌렸는데 그러면 감시카메라가 자신을 찍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약물을 복용했거나 정신이 이상했던 게 아니라 과학상식을 잘못알고 있었던 거죠. 코넬대 심리학자 더닝은 이 뉴스를 듣고 ‘어떻게 저렇게 멍청할 수 있지?’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대학원생 제자 크루거와 함께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실험을 합니다. 학부생들에게 자신의 성적을 추정해보라고 한 건데요. 실험 결과, 실제 성적이 낮은 학생일수록 자신의 성적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성적이 높은 학생은 스스로의 예상 성적을 낮게 평가했죠.
후속연구에서 더닝과 크루거는 일반인들에게 총기에 대해 물어봤는데요. 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총기에 대한 본인의 지식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총에 대해 잘 알수록 총을 무서워했죠. 더닝과 크루거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더 잘할 것이라 오해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더 잘할 것이라 오해하고 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보시는 것과 같은데요. 지식이 적을 때는 자신감이 크지만 지식이 증가하면 오히려 자신감이 감소합니다. 그러다 전문가가 되면 자신감이 다시 상승하는 U자 곡선을 보이죠.
톰이 만약 자정에 공동묘지에 간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살인마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미리 알았더라도 모험을 할 수 있었을까요? 실제로 톰은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잭슨 섬에서는 허리케인을 만났고, 유령의 집에서는 인디언 조에게 거의 들킬 뻔합니다. 톰의 기지도 뛰어났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더라면 불행한 결과로 끝날 수 있었죠.

더닝크루거 효과는 조직에서 경험 많은 책임자들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망설이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실패의 가능성과 그 후폭풍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다 타이밍을 놓쳐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생기죠. 경제전문가들이 의외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통해 돈을 벌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반면, 처음 주식을 시작한 ‘주린이’들은 겁 없이 투자합니다. 아무리 버블을 경고해도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죠. 가상통화 열풍 때도 그랬습니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 과감할 때가 더 많은데요. 역시나 실패의 경험이 적기 때문에 버블이 꺼진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론을 수렴할 때는 더닝크루거 효과를 조심해야 합니다. 비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큰 반면,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국가 간 분쟁에서 과도한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여론의 경우, 외교 분야 비전문가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꼭 정답이라는 건 아니지만, 전문가의 과도한 신중함은 감안하고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

마크 트웨인은 필명입니다. 본명은 사무엘 랭그혼 클레멘스. 마크 트웨인은 ‘두 길 물속’을 뜻한다고 합니다. 배 밑으로 수심이 두 길(3.7m 내외) 깊이면 배가 지나가기에 안전한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미시시피강 수로 안내인들은 납으로 된 줄을 바닥으로 던진 뒤 두 길 깊이가 되면 조타수를 향해 ‘마크~트웨인’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마크 트웨인은 젊은 시절 미시시피강에서 실제로 수로 안내인을 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을 쓰는 데 큰 자산이 되었죠. 마크 트웨인은 자서전에서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놀이였지 노동이었던 적이 없었고 그 일을 마치 당구처럼 즐겼다”고 했는데요. 그래서 그의 글이 재밌는 것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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